원래 둘째 날의 계획은 오전에 설악산에 다녀와서 좀 쉬다가 오후에 해수욕장에 가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늦게 일어났고 예상 소요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려 산에서 내려오니 저녁이 되었다.

설악산은 중학교 수학여행 때 한 번 오른 적이 있는데 
그 전 날, 낙산해수욕장에서 파도에 운동화가 젖는 바람에 쓰레빠를 끌고 흔들바위까지 갔던 걸로 기억한다.
그럼에도 그다지 힘들다고 느끼지 않았었는데, 그 때는 살도 안 쪘고 어리기도 했고,
친구들과 쫑알쫑알 수다 떨며 갔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올라보니, 진짜 등산의 시작은 흔들바위를 지나 울산바위로 가는 코스니까;;






황태해장국+감자전으로 아점을 해결하고 슬슬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계곡에 물이 많이 말라서 아쉬웠지만 위로 갈수록 맑은 물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설악산은 국립공원이라 계곡에 발 담그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고 하던데
손 담그는 것은 괜찮은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중간에 너무 더워서 손을 좀 담가봤다. (여기서 말고)






어느새 흔들바위~ 사실 이거는 내려오는 길에 찍은 사진이다.
사람들이 이 앞에서 워낙 인증 사진을 많이 찍어서 찍기가 어려웠다.
난 진짜 여기까지만 왔다 가도 상관 없는데 남자친구가 발길을 재촉했다 ㅠㅠ






흔들바위에서 약 10분정도 휴식을 취한 후 울산바위 올라가는 길.
어느새 이만큼 왔구나~ 싶어 뿌듯하기도 했지만 계단이 너무 많아 힘들어서 잠시 쉬었다.






이 날 설악산에서 다람쥐를 다섯 마리는 만난 것 같다.
울산바위 오르는 도중에 잠시 쉬다 보니 요 녀석이 근처에 있어 찍은 것.
한껏 땡겨 찍었더니 사진이 어둡고 화질도 그다지 좋지는 않다.

잠시 쉬다가 다시 울산바위를 향해 고고씽.
하지만 중간에 쉬는 아줌마들 말이 오늘은 날이 흐려서 정상에 가도 경치를 볼 수 없단다.
어차피 그럴 거 여기서 딱 내려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여기까지 왔는데 아깝지도 않느냐는 남자친구의 말.
응. 난 하나도 안 아깝다규~~~~






경사가 진짜 가파르고 철계단의 끝은 어디인지 보이지도 않는다.
아니 차라리 끝을 안 봤으면 묵묵히 갔을텐데
아직도 저~~~만큼 남았다고 생각하니 다리가 후덜덜덜 떨렸다.
계단 손잡이를 있는 힘껏 붙잡고 갔더니 다음날 다리보다 팔이 더 아팠다.

이 사진도 내려오는 길에 겨우 찍은 것.
올라갈 때는 무서워서 뒤 돌아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이거 찍을 때도 다리를 후달달달 떨면서 찍으니 남자친구가 비웃더군;





손 내미는 남자친구 손도 뿌리치고 싶었으며 엉엉 울고 싶었다.
내가 엉엉 울었어도 올라갔을 거라고 말하는 남자친구. 이때만큼 미웠던 때가 없다.
올라가면 칡차 파는 아저씨가 있으니 시원한 칡차 사주겠다는 말에 혹해서 잠자코 따라갔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 역시 구름 때문에 아무 것도 안 보인다.
날씨 좋은 날엔 속초 시내와 바다까지 한눈에 보인다고 하니 다시 한번 와볼까 싶다가도
오르기까지 힘겨웠던 과정을 생각하니 다시 도리도리 힘차게 도리질;

시원한 칡차도 받아마시고 옆자리 아주머니가 깎아준 복숭아도 먹으며 한참을 쉬었다.
정상에서도 다람쥐를 만났는데 너무 빠르고 가까이까지 와서 깜놀했다.







정상에서 찍은 거미줄~



내려올 때는 체력적인 부담이 심해서 더 힘들었는데 내가 요령이 없어서 그랬다.
남자친구가 폴짝폴짝 내려가는게 위험해 보여서 처음엔 말리다가 나도 그렇게 가봤더니
다리에 힘도 덜 들고 내려가기가 한결 수월했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내 저질체력으로 저길 갔다 왔다는 게 신기해서 엄마한테 전화해 자랑했더니
할머니는 여든이 넘어서도 울산바위 정상까지 갔던 분인데 넛따위가 뭐~ 하며 비웃는 분위기.
경로당에서 설악산 여행 갔을 때 40명이 넘는 인원 중 할머니 혼자만 울산바위까지 올라가셨다고 함;
그 말 들으니까 급 할머니 보고싶어졌다.